가구를 만들 때 작은 건축물이라는 생각으로 가구를 만들게 된다. 재료를 통해 구조와 형태를 드러내고 공간을 분할하며 완성된다는 점에서 건축은 사람을 닮는 큰 그릇이며 가구는 삶에 필요한 여러 물건과 사람을 닮는 작은 그릇이다. 집은 단순히 주거 활동만이 아닌 그 속의 모든 가재도구와 개인의 일용품을 짧은 주기에 걸쳐 재배치하고 의식구조를 개편한다. 우리의 문화와 사회, 디자인의 변화 방식을 관찰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3년간 가구 제작을 미뤄두고 재개발 예정지에서 버려지는 가구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현대 디자인은 전통과 아무런 교섭을 갖지 못한 채 외삽될 뿐 그 뿌리를 갖지 못했음을 재확인하였다.

가구가 우리의 삶과 문화, 의식에서 차지하는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가구는 단순히 외형적 개성이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지역의 생산 환경과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며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제품 설계 및 각 분야의 디자인 환경은 다국적 생산 설비에 의해 호환 체계와 표준 규격이라는 포맷에 따라 기초 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A4 용지를 출력하는 것과 같다. 이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표준화된 조형언어와 자생적 디자인 전통을 동시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지금 가구가 재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대부분 건설폐기물로 처리된다. 가치 있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가구가 많은 것도 재활용적 가치가 작은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사물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재료적 지식 그리고 주어진 재료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할 때 좋은 업사이클 디자인의 필요충분조건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부연하자면 혼종된 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언어를 해석하는 디자이너의 능력과 물건 자체의 견고함, 디자인과 공정 과정의 자생성이 업사이클의 중요한 밑거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