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통공예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공예 기반환경이 자립적이지 못한 데에는 주거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물에 대한 인식 방법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불과 반세기만에 고도의 성장을 이룬 한국은 비록 외적인 성장은 이루었으나 내적인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절뚝거리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의 대표적인 한 가지가 건설문화다. 집은 단순히 주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의 모든 가제도구와 개인의 일용품은 짧은 주기에 걸쳐 재배치되고 의식구조 또한 개편되기 때문이다. 나는 가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예문화가 산업화 과정에서 어떤 변용과 수용을 겪으며 변화해왔는지 70, 80년대의 건축과 가구를 통해 관찰해보기 위해 지난 3년간 가구제작을 미뤄두고 재개발 예정지에서 버려지는 가구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지속해왔다. 그 속에는 전통공예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Materials & Process

오늘날 전통공예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공예 기반환경이 자립적이지 못한 데에는 주거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물에 대한 인식 방법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불과 반세기만에 고도의 성장을 이룬 한국은 비록 외적인 성장은 이루었으나 내적인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절뚝거리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의 대표적인 한 가지가 건설문화다. 집은 단순히 주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의 모든 가제도구와 개인의 일용품은 짧은 주기에 걸쳐 재배치되고 의식구조 또한 개편되기 때문이다. 나는 가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예문화가 산업화 과정에서 어떤 변용과 수용을 겪으며 변화해왔는지 70, 80년대의 건축과 가구를 통해 관찰해보기 위해 지난 3년간 가구제작을 미뤄두고 재개발 예정지에서 버려지는 가구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지속해왔다. 그 속에는 전통공예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작업 구상

재료를 먼저 고르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시작했다. 재료가 형태와 기능 그리고 때로는 다른 의미를 갖추게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선반의 기능을 장식물과 책을 쌓아 놓을 수 있는 탁자로 만들고자 했다.

재료 다듬기

우선 30x120cm의 선반 작업을 하였다. 불필요한 요소인 알루미늄 엣지 재료와 화이버보드 돌출 삽입부를 수지 절단 전용톱날이 장착된 원형기계톱으로 잘라냈다. 그런 후 표면에 있는 흠집과 산화된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서 흔히들 빠우라고 표현하는 버프 buff 공정에 들어갔다. 부드러운 가죽인 버프는 렌즈를 닦는 부드러운 천을 말하기도 하는데 광택을 내는 공정에 쓰인다. 처음에는 표면의 흠집과 얼룩도 그대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이 재료의 주요 특징인 광택을 잘 살려내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으며 굳이 재활용된 가구의 느낌을 주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알루미늄의 표면에는 예상치 못한 산화방지 후 처리가 있어, 박리작업 없이는 연마작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복합재료로 이루어진 재료는 전해연마 또는 화학연마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표면을 모래 입자와 유사한 연마제를 강한 공기압력으로 분사하여 표면을 연마하는 작업인 샌드블러스트 sandblast 작업을 통해 벗겨내기로 하였다. 하지만 고속회전으로 작동하는 연마기의 마찰열이 표면에 전도되어 코어층과 표면층의 접착제가 녹아서 이탈되는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흠집과 얼룩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힘들었다.

목공작업

주요 목재로 북미산 단풍나무를 선택하였다. 매우 강도가 높고 탄성이 뛰어난 단풍나무는 높은 장력에 저항해야 하는 현악기의 목 부분이나 당구 큐대의 소재로도 흔히 사용한다. 골재를 가급적 가늘게 하면서도 튼튼한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 디자인 특성상 단풍나무는 최적의 나무였다. 별도의 결속 철물을 사용하지 않고 동자와 쇠 목등을 끼워 맞춰 제작하였다. 그 결과 간결한 구조이나, 백과사전을 나열해도 될 만큼 튼튼한 구조물이 나왔다. 그리고 거울같이 비치는 판재는 단풍나무 골재를 은은히 비추어 시각적 효과를 증대시켰다.

이곳에서 뜻밖에 독특한 재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유럽의 M사의 Eleven Five였다. 유럽의 M사의 Eleven Five는 거실 시스템가구의 주요 부품 선반들로, 미니멀 조각가 도널드 저드 Donald Judd의 조각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게 대충 무슨 물건인지는 알고 있었다. 워낙에 무모한 디자인을 서슴치 않는 유럽의 M사의 로고를 보고, 첫째는 아주 비싼 물건이고, 둘째는 쓰는 사람이나 설치하는 사람 모두 아주 불편할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허겁지겁 작업실로 옮겨와 인터넷을 뒤졌다. 예상대로 이 가구는 영화에서 유명 배우의 집 거실에나 어울릴 것 같은 아주 단순해서 오히려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는 가구였다. 마치 김치를 먹기에는 민망한 주방가구처럼 말이다.

그 선반들은 난생 처음 보는 재료인 당구공 밀도에 가까운 초고밀도 섬유보드 High Density Fiberboard와 광택 처리된 알루미늄 박판이 양면으로 라미네이팅 High Pressure Laminate되어 있는 12mm 두께의 선반이었다. 매우 무거워서 작은 판 두 장도 혼자 들기에 버겁다.

조각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의 하나로, 재료를 먼저 고르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구사할 때가 간혹 있다. 이 재료를 보고 처음에 이것으로 조각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침 여기저기 나뒹구는 장식물들과 책을 쌓아 놓을 수 있는 탁자를 만들기로 했다. 마치 사방탁자 같이 달항아리를 올려놓는다든지 그 기능이 묘연한 가구 같은 것을 만들기로 했다.

장민승(Jang Min Seung)

조소(sculpture)를 전공하였으나 록음악에 심취해 밴드활동과 더불어 영화 음악 코디네이터로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였다. 사무실에 놓을 가구를 사러 갔던중 저급한 가구에 실망하여 가구를 자급자족한 것이 발단이 되어 가구제작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전업하여 분주한 활동을 하였지만 몇 해 전 부터 현재까지 가구제작을 미뤄두고 세계화에 따른 지역 디자인 문화의 변이 과정을 건축과 가구를 통해 관찰하고 그 현장을 대형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최근 선보여 현대미술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