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오랜 기간 동안 실생활에서 밀접하게 쓰여 오며 그 시간 속에서 ‘낡은 것’으로 변해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세월의 흔적들은 가구를 낡고 못난, 버려져야 마땅한 것으로 만들지만 그 흔적들은 그들을 겪었던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사물이 시간이 흐를수록 낡고 흉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겨난 상처들이 가구를 낡은 것으로 만드는 흠이 아닌 오히려 이러한 흔적들이 모여 가구를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물에 담긴 사람들의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는 감성적인 재활용 방법을 제안한다. 흉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보듬을 수 있는 마음과 오래된 사물 속에 담겨진 시간의 무게를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버려지는 사물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버려진 가구를 하나의 사물로 보면 그동안 생긴 상처와 사용한 흔적들은 사용했던 사람의 시간과 추억, 일상이 담긴 소중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상처라고 이름 지어진 이 가구들은 많은 상처 때문에 더 이상 기능적으로 쓸모없게 되어 버려질 뻔했지만 상처를 보듬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이 더해져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쓰일 수 있게 되었다. 이 가구들이 다시 사용되면서 그 동안의 시간보다 더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담기길 바란다.

Materials & Process

H대학교 교정에서 버려진 책상과 의자를 발견하였다. 언뜻 보기에도 무척 오래되어 보이는 이 가구들은 79년도부터 대학교 도서관에서 사용되었던 책상과 의자로 부서지거나 표면이 너무 낡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폐기 대기 중이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말해주듯이 책상과 의자에는 많은 흠집과 수많은 학생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구조 또한 오랜 시간 동안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조립된 부분이 헐거워져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한 가구가 더 이상 가구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속에는 긴 시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가구라는 하나의 도구가 버려지는 것 이상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버려진 가구를 통해 그 안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기억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되살리고 싶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상처와 흔적들이 만들어지지만 그러한 상처가 가구를 낡게 하는 것이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구에 난 상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가구는 하나의 사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본래 가구는 인간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도구의 하나이다. 그래서 세련된 전자제품이나 다른 사물에서는 느끼기 힘든 친숙함이 있다. 스크래치 행위를 통해 가구와 사람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가구는 가구로서의 기능과 함께 추억을 환기시키는 장치로 기능할 것이다.

정재범과 김햐얀 (Jeong Jae Beom and Kim Ha Yan)

상처 프로젝트는 가구디자이너 정재범과 김하얀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버려진 가구에 사물에 대한 연민과 낡은 것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함께 담아 그들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현대 소비문화에 대한 반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강희정(Kang Hee Jung)

30년 된 의자의 오래된 흔적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기위해 옻칠협업을 시도하였다. 강희정은 우리 전통기법인 옻칠과 나전을 현대적인 가구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이다.